공동체 활동이 항상 개인 활동보다 효율적일까? 나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그렇다고 본다. 첫 번째 조건은 원활한 소통이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쉽게 소통할 수 있기에 대부분 만족하겠지만 만약 이를 어렵게 하는 자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워져 오히려 비효율적인 방식이 된다. 두 번째 조건은 공동체 활동에 적합한 인간형이다. 보통의 경우 어느 정도 잘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소 존재하며, 만약 이러한 유형이 존재할 경우 첫 번째 조건 또한 불충족되어 효율이 심하게 떨어진다. 나는 현재 두 가지 조건을 불충족하는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기부 마감이 거의 되어가고 이제 동아리 활동과 학교 부스 운영 두 가지 활동에 대한 보고서가 남았다. 이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학교 활동 참여+진로 역량+공동체 역량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활동들이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잘 준비해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이 활동들에 대해 나는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 말을 맞춰놓고 그 뒤에 할 심화탐구 부분만 탐구를 깊이 하는걸 좋아하는 친구에게 맡겨놓았다. 무책임하게 맡긴 것이 아니라 그 친구는 혼자 탐구하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본인도 원했기에 믿고 맡겼다. 동아리 준비할 시간은 학기 초부터이니 말할 것도 없고 부스 운영도 2주 이상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방학식까지 완료된 건 어떤 심화탐구를 할까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였다. 내용 자체도 구체적이지도 않고 정말 우리가 전에 이걸 했으니 이걸로 해보자 정도였다. 그래서 난 유용한 의사소통 도구인 휴대전화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나 내 생각을 전달하였다. 이에 대해 답변이라도 했으면 모르겠지만 돌아오는건 읽씹 또는 안읽음이었다. 9모 대비를 위한 수능 공부도 돌려야 하는 시점이고 생기부 마감도 8월 중순 전이니 사실상 8월 초까지는 무조건 제출해야 하는 상황인데 진행이 되는지 확인도 안되고 정확히 뭘하자는지도 소통이 안되니 답답할 따름이다. 실험은 또 언제하러 시간내며 그 이후 보고서는 언제 쓰는가? 이에 대해 ‘대면으로’ 물었더니 다음주(7월 마지막 주)에 하자고 한다. 자기가 학교와 거리가 있으니 자기만 손해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와 모둠원들이 더 피가 마르고 신경 쓰일 것이다. 사람 자체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 학기 초나 방학에 시간 많던 때에는 뭐하고 이제 와서 마감기한 때문에 대충 써서 낸 보고서들을 휘몰아쳐서 마무리하려고 하는가? 심지어 시간도 오히려 더 적다. 그땐 떠오르지가 않고 시간이 뭐 어쩌고라지만 그냥 하기 싫고 귀찮았던 것이다. 즉흥형 인간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가끔 보면 알 수 없는 깊은 내용까지 들어가 MIT 논문까지도 들어가는데 본인이 원하면 한다지만 겨우 키워드와 과목 연계 하나로 여기까지 들어가는게 무슨 의미인가도 싶고 학생으로서 맞는 태도인지, 생기부에서 원하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덧셈을 배워서 벡터의 덧셈을 가지고 보고서를 쓰는 초등학생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내용으로 실험을 한다고 했으면서 결국 학기중에 실험을 하지 못했다. 방학에 할지는 모르겠지만 담당 과목쌤은 무슨 죄인가? 우리 실험마저 이렇게 돼버릴까 두려워(방학 내에 진행되지 못하고 끝나버릴까) 이번주 안에는 끝내자고 빨리 실험 도구 주문이라도 하라고 친절하면서도 직설적인 재촉을 하고 있지만 읽어야 의미가 있지. 그냥 내가 알아서 끝낼까 하다가도 그러기에는 공동체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부분을 허식으로 작성해야 하므로 무리가 있다. 12개 정도 보고서가 밀렸다고 들었는데 우리 동아리와 부스 운영 관련 보고서를 먼저 하자고 부탁을 하고 있지만 잘 되고 있는지는 마찬가지로 확인할 방도가 없다. 이젠 만날 곳도 없으니 답이 없다. 이렇게 보면 그 친구가 상당히 사회적인 악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공동체적인 활동이여서 그렇지 개별적으로 보면 학구적인 열망이 있고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을 만한 친구이기는 하다. 그저 공동체적인 활동과 학교 시스템에 안맞는 친구일 뿐이다. 이게 내 생기부가 아직도 마감이 안되고 있는 이유이다. 나는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은 무한한 기다림과 작은 신호를 만드는 행위들을 시도하며 언젠가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가.
